오늘 정부가 이원화된 고속철도의 통합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6년 말까지 기관 통합을 목표로 내년 3월 운영통합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내 ‘고속철도 통합추진단’을 설치하고, 노사정협의체 또한 구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도 노동자의 참여 역시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고속철도 통합 추진 발표를 환영한다.
이번 통합 결정은 고속철도 분리에 따른 좌석 부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실질적 대책이다. KTX와 SRT가 각각 따로 움직여 온 이원화 구조 속에서 선로 배분과 차량운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탑승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 지난 2023년에는 노선 확대에 따른 차량 부족으로 기존에 운영하던 수서역-부산역 노선의 SRT 운행을 축소해 신규노선인 경전선, 전라선, 동해선에 배치하는 조삼모사식 운영으로 국민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제 고속철도 통합을 통해 하루 약 1만 6천석의 좌석이 추가 확보될 전망이며, 특히 수요 대비 공급이 가장 심각하게 부족한 수서역 방면 좌석난을 즉각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통합은 허울뿐인 경쟁체제를 종식하고 철도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높이는 출발점이다. 그 동안 SR은 차량정비, 역 운영, 관제, 매표, 정비시스템 등 핵심 업무는 대부분 코레일에 의존한 채 오로지 수익성 높은 알짜배기 노선의 운영만 맡아왔으면서도 좀처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왔다. 2023년 사학연금·기업은행·산업은행 등 SR의 주요 재무적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해 ‘손을 털고’ 나가기도 했으며, 2025년 상반기 SR이 적자를 기록한 사실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 명분이 근본부터 허물어졌음을 보여준다. 이제 고속철도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철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방향이 정해지고 세부 계획이 마련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고속철도 통합 추진이 검토되었으나 국토부 관료들의 반대로 실질적 논의조차 진전되지 못했다. 그 결과 국민 불편은 해소되지 못했고, 철도산업의 비효율은 더욱 고착되었다. 이번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기관 통합이 실제로 완료될 때까지, 정부는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갖고 정책을 정확히 이행해야 한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이후 철도산업 정책 기조는 시장화 정책으로 점철돼왔다. 2010년대 이후 건설·개통된 경전철, 도시철도, 광역철도의 상당수는 민간자본의 참여로 건설됐거나 민간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민자철도 영역에서는 공공성보다 이윤추구가 우선시되면서 철도산업의 공공성과 노동자·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고속철도 통합은 철도산업 개혁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정부는 철도산업 시장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 방향 전환에 나서야 한다. 경쟁 논리 대신 공공성·안전·연결성을 중심으로 철도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
철도는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교통수단이자 국민의 이동권을 책임지는 기반시설이다. 고속철도 통합을 계기로 철도산업이 지속가능한 공공교통체계로 재정비되고, 증대된 수익이 일반철도·광역철도 서비스 확충 등 국민 생활편익 증진으로 이어지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5. 12. 8.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