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통령의 엄중경고와 장관의 다짐만으로는
일터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2025. 8. 20.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어제 오전 10시 52분경 경북 남성현역과 청도역 사이 경부선 하행 구간에서 수해지역 옹벽 점검을 위해 선로를 따라 이동하던 작업자 7명 중 6명이 달리던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크게 다쳤다. 먼저,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이번 참사는 우연이 아니다. 2019년 밀양역 중대재해부터 2024년 구로역 사고, 남성현역으로 이어진 사고는 모두 '사고 후 임시 대책 → 또 다른 죽음'의 흐름이었다. 대책은 언제나 해당 작업에만 한정됐고, 인접선에는 여전히 열차가 달렸다.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 반복된 것이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철도사고 조사 관행도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항철위는 지난해 구로역 사고의 원인으로 작업자의 과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의 실수를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중대재해를 단순한 불운쯤으로 여기는, 따라서 반복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와 같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이른바 ‘휴먼 에러’ 따위가 아니라 ‘언제든 열차에 치일지 모르는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중대재해에 대한 대통령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발언과 장관의 '직을 걸겠다'는 다짐 이후에도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엄중경고와 장관의 다짐만으로는 일터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지금 현장에는 ‘화려한 말 잔치‘가 아니라 선로변 작업 시 작업선로와 인접선 모두에 열차 운행 완전 차단, 열차감시자 등 안전인력 배치 그리고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과 장비에 대한 투자 등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제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터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안전 외면과 인력 부족을 부추겨 왔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관련 지표의 비중을 축소하고 재무성과만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현장 안전 인력 충원과 투자 확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히려 17,230개의 공공기관 일자리가 줄었다. 위험의 외주화는 그대로 방치되어 외주·하청 노동자 중심으로 중대재해가 되풀이 되고 있다. 안전관리 지침과 평가제도는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형식적 평가로 전락했고, 안전대책 수립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는 제도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더 이상 죽음을 막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있어 재무성과나 효율성보다 생명·안전을 최상위 우선순위에 두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지표를 대폭 강화 △구조조정·비용절감 중심의 공공기관 혁신 기조 중단 △직접고용 확대 △현장 안전인력 확충과 2인 1조 원칙·작업중지권 보장 제도화 △안전대책의 수립과 점검 과정에 노동자의 참여 보장 등이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2025. 8. 20.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